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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수 칼럼] 직장내 성희롱과 괴롭힘에 관한 판례 해석

등록일 2023-05-03 11:17:16 조회수 907

–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I. 사실관계 

 

1. 당사자와 당시 정황

 

원고(P)는 2014년 3월경부터 C 어린이병원 후원회(이하 '후원회'라고 한다)의 계약직 직원으로 후원회에서 지원할 어린이 환자의 선정과 지원범위 결정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피고(D)는 C병원의 외래진료교수이자 후원회의 이사로서, 후원회의 행사를 스스로 기획 · 진행하면서 후원회 직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거나 그와 관련하여 후원회 직원들을 심하게 질책하기도 하였다.


P는 후원회가 주최하는 자선골프행사 당일인 2015년 10월 15일 아침에 D의 집 주변에서 D가 운전하는 승용차에 탑승하여 행사장소인 이천시 소재 D골프장까지 동행하였다. 이후 행사 진행을 위하여 제공된 위 골프장 클럽하우스 내 VIP룸에서 D의 업무를 보조하였다. 당일 저녁 행사 종료 후 D의 집 주변까지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D의 승용차 뒷자리에 D와 나란히 동승하였다.


P는 위 행사 다음날인 2015년 10월 16일 오전에 후원회 사무국장인 E를 찾아가 '①전날 위 VIP룸에서, ②행사 종료 후 D의 승용차 안에서 추행을 당한 것을 비롯하여 ③그 동안 D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같은 날 오후에는 E의 지시에 따라 그동안 D로부터 입었다는 피해 내용을 정리한 표를 엑셀 파일로 작성하여 E에게 전송하였다. P는 2015년 10월 27일 경찰에 위 각 성추행 피해사실 등에 관한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P가 경찰에 제기한 강제추행 사건은 검사가 공소제기를 하였으나, 무죄판결을 받았다. 

 

2. 원고(P)의 주장

 

가. D는 2015. 10. 15. D 골프장 VIP룸 안에서 2015. 10. 15. 14:05에 P에게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며 P로 하여금 P를 칠 회초리로 쓸 나뭇가지를 구해오도록 하고, P가 구해온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부러진 나뭇가지로 P의 엉덩이를 폭행하였다. 또한 같은 일시·장소에서 P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P에게 "너는 피부가 하얗다. 몸매가 빼빼 말랐었는데, 요즘은 살이쪘다.", "네 다리가 가늘고 새하얗다. 화이트닝 크림을 바르냐? 몸에 잔털을 쉐이빙하냐?", "너 요즘 남자친구가 생겼냐? 왜 이렇게 살이 쪘냐? 일도 제대로 안하고 정신은 다른 데 팔려있지."라는 등으로 말한 언어적 성희롱을 하였다.


나. D는 2015. 10. 15. 저녁 돌아오는 차량 안에서 P를 질책하면서 오른쪽 귓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이어 빈 플라스틱 물병을 이용하여 P의 가슴 부위를 찌르는 등 신체적 성희롱을 하였다.


다. D는 2015. 4. 3.부터 2015. 10. 말까지 사이에 C병원에 외래진료의 업무를 하러 온 날 종종 P를 진료실로 불러 바퀴가 달린 환자진료의자에 앉도록 한 후 당겨 가까이 앉도록 하거나 P의 허벅지를 툭툭 건드렸다.


라. D는 P를 포함하여, 업무상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하여 증언하였던 후원회의 사무국장, 전직 직, 그리고 P의 변호사를 증거를 변조하여 재판부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행사했다면서 고소 하였다. 이는 무고이자 P에 대한 법절차를 악용한 2차 가해로서 위법한 불법행위이다.


3. 피고(D)의 주장 

 

D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P에 대한 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2015. 10. 15. 위 VIP룸에서의 상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P에게 'P가 자선만찬행사를 망쳤으니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며 회초리 감으로 쓸 나무를 구해오라고 한 사실이 있다. 그러자 P가 ⅥP룸을 나가 길이가 1m가 넘는 커다란 나뭇가지를 구해왔다. 나뭇가지를 들고 VIP룸으로 돌아온 P에게 '몇 대 맞겠냐'고 묻자 P가 '3대만 맞겠다'고 하여, D가 그 나뭇가지를 부러뜨렸다. 이때 P가 우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P에게 '울려서 미안하다'며 사과하였다. 그 후로도 P가 계속 우는 듯한 시늉을 하며 고개를 숙이기에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못하도록 손으로 P의 어깨를 막으면서 고개를 숙여 P 얼굴에 가까이 대고 보니, P가 웃고 있는 것 같아, P의 팔꿈치 윗부분을 잡아 밀쳐버렸다. 이 과정에서 P에게 살집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P에게 '살이 쪘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P에게 P의 종아리 부위, P의 남자친구 유무, P의 피부와 피부 관련 제품 사용에 관한 발언을 한 적이 있고, 위 골프장에서 온천수를 사용하여 목욕을 하도록 권유한 적이 있다.

 

4. 제1심 판결의 요지 

 

P는 D가 P에 대하여 신체적 성희롱을 하고, P와 관련 증인 등을 경찰에 고소하였는데, 이는 모두 P에 대한 위법한 가해행위이다. 이에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에 따라 P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므로 P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결을 하였다. 

 

5. 항소의 제기 (원심)  

 

P는 “제1심에서 P가 한 주장에서 거론된 D의 행위들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위 행위들과 D가 그 이후 D에 대한 수사 및 형사재판 과정에서 P를 상대로 추가적으로 한 언행들은 D가 고의적으로 저지른 '직장 등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또는 언어적 성희롱 및 갑질 또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수준의 위법하고 부적절한 행동' 또는 '폭행, 폭언 등 모욕,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에 해당하므로 D가 P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항소하였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P의 주장에 대하여 P가 제1심에서 제출한 증거들과 추가로 제출한 증거자료를 가지고 P의 위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하였다. 

 

 

II. 대상판결의 내용

 

대법원은 본 사건에 대해 노동법의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대한 법리를 인용하여 판단하였다.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 · 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 ·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또는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또 이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증거부족으로 기각하였던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원고의 일관성이 있는 진술과 피고의 진술을 가지고 인정하였다.

 

“자선행사 당일 ⅥP룸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주장된 사실관계는 D도 대부분 다투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그 중 상당부분은 D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인정하기까지 하였다. 또 P 진술 및 피해내용 정리표 기재 내용의 구체성 · 일관성, P가 후원회에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수사기관에 D를 고소한 시점과 경위 및 관련 형사사건에서 진술을 비롯한 D의 대응을 종합하면, 같은 일시 · 장소에서의 언어적 성희롱에 관한 P의 주장도 그 주장 내용이 사실일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대법원은 본 사안에 대해 직장상사의 추행이 아닌 직장내 괴롭힘과 직장내 성희롱의 노동법적 논리를 도입하여 원심 판결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이나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 하다고 주장된 D의 행위는, 고용 관계에서 직장의 상급자인 D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근로자인 P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이자 그 지위를 이용하여 여성인 P의 신체적 특징이나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와 관련된 육체적 · 언어적 행위로서 P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에 해당하고, 따라서 P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III. 해설

 

1. 성추행과 성희롱의 구분

 

P는 D가 2015년 10월 15일 VIP룸과 차량에서 한 성희롱에 대해 경찰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으로 고소를 제기하였으나 형사처벌은 무죄가 확정되었다. 그 이유는 본 사건은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해당되므로 노동청에 진정이나 고소를 제기해야 했는데, P는 본 사건을 경찰로 신고하여 성추행으로 형사처벌을 요구하였다. 성추행과 성희롱의 차이를 가지고 판단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말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성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성추행’이 형법상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폭력이나 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의 직장내 성희롱 개념은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성희롱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자나 근로자가 직장내 지위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인 언어, 행동 등으로 다른 근로자에게 괴롭히는 행동을 말한다.

 

현행법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은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분이 있고, 직장내 성희롱이나 괴롭힘은 행정벌인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된다. 

 

2. 입증책임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사건은 입증책임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입증 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이를 입증해야 하고 입증하지 않으면 패소한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입증책임)에서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입증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이에 따라 이 법과 관련된 문제에 관하여 근로자는 고충과 피해를 받았음을 법관, 노동위원회 위원 등 판단자들이 추측할 수 있을 정도의 실증을 주거나 증거를 제출하면 된다.

 

이번 대상 판결에서도 상사와 피해자 사이에서 발생한 성희롱이나 괴롭힘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일관되게 경찰조사나 법원, 그리고 회사에 이의제기하는 내용이 동일하고, 피고도 그러한 정황을 다른 각도에서 설명했지만 전체적으로 그러한 사실이 일어났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P가 진술한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모두 사실로 인정하였다. 

 

3. 판결의 시사점 

 

원심 판결은 본 사안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관한 사건으로 오해하여, 실질 사례인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관한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본 사안에 대해 ‘업무상 위력으로 인한 추행’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상의 상급자가 직장내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과 성적 혐오감이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 내용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취소하고 본 사건에 대해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인정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D의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의 행위는 고용관계에서 직장의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근로자 P에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이자 그 지위를 이용하여 여성인 P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P에 D의 가해행위이므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에 따라 P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강남노무법인 대표 정봉수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자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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