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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칼럼] 기업경영 의사결정과 윤리적 리더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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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17:30:26 | 869 |
기업경영의 실패는 일반적으로 리더십 실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경영실패가 과잉투자나 방만경영과 같은 실물측면에서 발생하거나 아니면 불공정, 비리, 부패라는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발생하는 유형 모두가 리더십 부문이 가져야 할 덕목과 실행력의 미흡에 관련이 크다. 취약한 리더십은 격변하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구성원의 탄력적 응집력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 구성원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보고나 활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잘못된 상황에서 리더가 판단을 내리거나 경영결정할 경우 혼란스럽고 모순된 행동이 조직 내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리더가 갖고 있는 권한과 통제력을 부적절하게 행사하거나 때로는 정당한 필요성에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의 충성심과 업무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적지는 않다.
생즉관계(生卽關係)라 했다. 우리 모두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기업활동을 수행하는 모든 구성원들 역시 조직 내에서의 상하관계, 선후배 관계, 동료관계 속에서 근무한다. 관계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이(in-between), 간(間)이다. 조직 내에서 상하, 선후배, 동료 간에 서로 일을 믿고 맡기고, 틀림없이 맡고, 인정할 수 있는 것(信任, 責任, 信認)이다. 이렇게 신뢰할 수 있는 사이가 만들어 내는 기업의 생존력과 경쟁력이야 말로 오늘 날과 같은 글로벌 경영시대에는 더 말할 나위 없이 그 중요성이 크다. 서로가 신뢰하고 협동하며 경쟁력을 높이는 사이냐 아니면 불화(不和), 불신(不信), 위선(僞善)하는 사이냐에 따라 지속가능한 능력, 기업 경쟁력에 큰 차이가 벌어진다. 이런 사이의 품질 고하(高下)를 결정하는 것은 조직 내 올바른 질서, 바람직한 규범과 도덕윤리가 실천되고 뿌리를 내렸는가가 관건이 된다. 옛말에도 ‘정직한 사람, 의리가 있는 사람, 박학다식한 사람을 친구로 사귀면 내게 이롭다’고 했다(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 ; 論語 季氏編). 리더들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서로 건전하게 경쟁하는 익우( 益友)가 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핸더슨(V.E. Henderson)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자신의 생존을 가장 잘 보장해 주며 정당화해주는 방법으로 현실을 나름대로 해석하게 된다고 한다. 한 사례로 항해시대 선주는 선장에게 의무적으로 항해일지를 기록하게 함으로써 항해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항해일지는 선장과 일등항해사가 각기 별도로 작성하게 되어 있었다. 이 일지는 모항에 입항하면 선주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한다. 어느 항해 도중에 일등항해사가 규칙을 깨고 술에 만취되었다. 선장은 의무적으로 ‘일등항해사는 오늘 술에 만취되어 있었다’고 기록했다. 일등항해사는 배가 모항에 가까워질 무렵, 이에 대응힐 묘안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항해일지에 ‘선장이 오늘은 술에 취하지 않았다’고 기록 했다. 사실 , 일등항해사는 거짓으로 기록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영리한 일등항해사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선주 측이 일등항해사의 기록내용을 잘 읽어 보면, 다른 뜻으로 해석할 가능성에 착안했다. 일등항해사가 노린 것은 선장이 자기보다 평소 술에 취하는 횟수가 많았다는 것을 선주 측이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김정년, 윤리경영이 글로벌경쟁력이다).
더욱이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생각하기 싫어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에게 도덕적 환상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보다 윤리적이고 공정하며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인들이 평균적인 사람보다 정직하거나 동료들보다 윤리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런 종류의 환상은 구성원들의 나쁜 의사결정과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정직하려면 거짓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한 두 번의 노력으로 정직이 몸에 베기 어렵다. 덕자득야(德者得也), 덕은 실천을 통해서 후천적으로 획득하는 것이다. 여기에 윤리도덕 교육의 어려움이 있다고 윤리학자들은 지적한다.
기업윤리의 문제는 경영을 둘러싼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엃혀 있는 관계로 인해 수시로 새로운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 구성원의 단순한 실책에서 일어나는 조그만 사건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정보나 사실의 오류, 의도된 보고에 근거하거나 리더들이 자신의 편견에 따라 의사결정과 행동을 강행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심각한 국면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경영진과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리더들은 의사결정에 있어 윤리적 가치와 원칙을 견지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과 실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직책과 직위에 맞게 윤리적 리더십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단기적인 경영실적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정직이나 신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리더 지위에 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울러 윤리적 리더십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두려움 없이 윤리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하여 기업 윤리와 공유가치에 대한 의사소통 활성화와 함께 경영정보의 점검과 수집 기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겠다.
2024년 04월 29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 박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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