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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칼럼] 기업윤리의 창의적 실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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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10:23:43 | 511 |
윤리경영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결정적 순간에 어떤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기업 구성원들은 업무활동 수행과정에서 많은 갈등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들이 일상적 경영활동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반드시 윤리적인 것과 비윤리적인 것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의사결정만은 아니다. 오히려 옳은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딪히는 경우가 일상이다. 옳고(right) 옳지 않은 것(wrong)이 명확한 문제, 불법과 합법의 문제는 기업윤리 의사결정과 실천에서 크게 고심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윤리의 실천과 윤리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상황은 오히려 ‘옳은 것(right)과 다른 옳은 것(right) ’사이에서 갈등할 때다.‘옳은 것(right)과 옳지 않은 (wrong) 것’의 문제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만약‘옳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면 알면서도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러나‘옳은 것(right)과 또 다른 옳은(right) 것’의 선택과 의사결정 문제에는 다양한 대안이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준법과 불법’사이의 의사결정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불법 혹은 비윤리적이라고 비난받지 않으나 반면에 무엇인가 만족스럽지 못한 갈등, 미흡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여러 대안들 사이에서 가치관의 우선 순위, 충돌을 겪는 선택상황을 일컬어 이른바 ‘결정적 순간(Defining Moments)'이라고 한다. 미국 하버드大 바다라코(Joseph L. Badaracco)교수는 결정적 순간에서 취한 선택이 개인의 정체성과 윤리적 성향을 형성한다고 지적한다.
기업구성원이 직면하는 이러한 결정적 상황에서, 보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신, 조직, 회사의 정체성을 심사숙고 해야 한다.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나는 누구인가 Who am I ?), 조직과 개인의 문제(내 팀과 팀원은 누구인가 Who are We ?),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기업의 정체성(내 회사는 누구인가 Who is the Company ?)에 대한 다각적이고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경영현장에서는 유형화 할 수 없는 다양한 갈등 상황이 존재한다. 따라서 상황의 전후관계나 배경에 따라 비슷한 유형의 문제라 할지라도 다른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윤리적 딜레마의 경우, 옳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가치관들 사이에 심리적 갈등을 수반하기도 하며, 개인과 조직별로 고유한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윤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 - 사실과 정보수집, 윤리적 이슈 정의, 관련 이해관계자(stakeholders) 점검, 향후 추정결과 분석, 당사자 책임의무 점검, 창의적 대안모색, 최종결정과 피드백 등- 를 단계별로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다 나은,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기업 구성원들이 창의적으로 생각(think outside the box)해야 한다는 점이다. 윤리적 갈등문제를 합법과 불법, 윤리와 비윤리라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애써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면, 대안 A와 B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 3의 길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범사례로 일컬어지고 있는 미국 쿠민스(Cummins)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엔진 및 관련부품 제조업체인 미국의 쿠민스(Cummins)사는 해외 현지공장에서 지역 아이들이 철조망을 끊고 들어와 가격이 비싼고가의 전자부품들을 훔쳐가는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었다. 대책으로 아이들을 잡으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아니면 훈방하거나 2가지 방법 밖에 없었다. 그러나 회사 매니저들은 지역사회와 협의하면서 새로운 제3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해당지역에 아이들을 수용할 학교가 부족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말썽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쿠민스사는 공장 부지 내에 학교로 쓸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지역정부는 학교를 인가해주고, 교과서와 교사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350명의 학생이 수용되었고 절도는 사라졌다. 쿠민스사는 지역사회의 귀중한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이 되었다.
한 차원 높은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글로벌 모범기업들은 윤리경영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upgrade)하고 있다. 준법 감시(compliance program) 측면에서 더 나아가 기업가치(value oriented program)측면을 크게 활용함으로서 효율적인 상호보완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목표하는 각종 법규의 준수, 불법행위 통제, 법적판단에 의존하는 양자택일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가치지향적 윤리경영 프로그램은 외부적으로 부과되는 법규보다는 기업이 스스로 선택한 도덕적 가치와 자율적 준수, 윤리적 문제의 해결방안 모색을 크게 중요시하며 임직원의 창의적 발상을 고취시킨다.
2024년 07월 23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 박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