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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칼럼] 신뢰회복과 국회의원, 공직자의 발분노력(發憤努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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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17:23:15 | 222 |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학력 수준이 세계 1위라고 한다. 얼마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97개국 의회 의원들(2015-2017)의 교육 수준을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한국 국회의원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는 전체의 1/3 수준인데, 인구 200만 명 이상인 56개국 중에서 박사학위 소지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학력은 박사 석사 학사가 비슷하게 1/3씩 분포했는데, 미국의 경우 박사학위 소지자는 적은 편이나 의원 중 2/3 이상이 석사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이탈리아, 노르웨이, 영국 등은 중등학교 학력 의원 비율이 4분의 1에 육박했다. 국내 한 언론은 국회의원들이 고학력과 박사 학위를 정계 진출을 위한 하나의 장식품으로 여긴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박사급’ 의정 활동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부산일보 2024. 11. 17)
과연 우리 국회의원들이 고학력에 걸맞은 의정 활동이나 품격을 보여주고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는 국회를 보는 국민들의 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공적기관에 대한 종합적 국민 신뢰도는 2021년 55.4%를 기록한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며 2023년 51.1%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24.7%로, 지자체(58.6%)·중앙정부(53.8%)·군대(54.5%)·경찰(51.4%)·법원(48.5%)·검찰(44.5%)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국민 신뢰도는 국민들이 공공기관이나 제도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얼마나 잘 운영되고 또한 국민들의 요구나 이해를 잘 대변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신뢰가 높을수록 이들 기관과 제도의 공정한 업무활동과 정당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사회 사람들 간의 신뢰는 어느 수준일까.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인 신뢰도는 2013년 72.2%를 정점으로 하락추세를 보이며 65%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50.6%까지 하락했고 2023년에는 52.7%로 소폭 상승했다. 대인 신뢰도는 자신과 친밀한 사람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보여준다. 제한된 소수의 사람들만 신뢰하고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으면 사회적 유대와 결속의 범위가 좁아진다. 낯선 사람이나 공적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믿고 의지하기 어렵고, 동창회, 종친회, 향우회와 같은 연고에 기초를 둔 개인적 관계망이 우선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 공적기관들을 신뢰할 수 있을 때 사회적 자본이 증대하며 사회적 유대 또한 돈독하게 된다.
신뢰(信賴)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믿고 의지한다는 의미다. 상대방이 선의가 있고, 약속한 사항을 지킬 것이고,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믿을 신(信)은 사람(人)의 말(言)에 거짓이 없다는 것이다.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쓸만하고(信用), 일을 맏기고(信任), 부탁하고(信託), 우러러 보고(信仰), 약속하고(信約), 인정하고(信認), 희망을 가질수 있는(信望) 것이다. 윤리 도덕적 사회는 서로 간에 믿을 수 있는 사회 곧 신뢰사회, 신용사회인 것이다.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신뢰가 없는 곳에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사회 교통의 무질서, 환경오염과 파괴, 각종 부정부패, 노사간 대립,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등도 상호 간 협력의 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모두가 손해를 보는 사례다. 반면에 신뢰가 쌓이면 협력적 커뮤니케이션은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경제학자 애로우(K.J. Arrow)는 신뢰를 사회적 윤활유라고 표현했다. 신뢰가 없다면 동반의식이 약해지고 서로 배우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믿음이 사라진다. 빈부, 노사, 지역, 계층,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는 근본적 이유의 하나다. 지속적인 경제번영을 실현하고 있는 국가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국가다. 서로 신뢰할 때, 경제활동의 거래비용은 감소되고, 조직 운영은 원활하고, 정부는 효율적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사회 신뢰수준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찍이 정치사회학자 후쿠야마는 저서 '트러스트(TRUST:The Social Virtues and the Creation of Prosperity, 1995)에서 한국사회를 저신뢰 사회로 분류한 바 있다. 지난 해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 번영지수( Legatum Prosperity Index 2023)’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세계 167개국 중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국가번영 순위는 29위이었지만 사회적자본 지수는 107위로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 개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167개국 중 100위로 나타났는데, 세부적으로 사법시스템 155위, 군 132위, 정치인 114위, 정부 111위를 기록했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Legatum)에서는 매년 사회구성원 간 상호신뢰나 협조,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사회적자본과 경제, 기업 환경, 국가 경영, 교육, 보건, 안전과 안보, 개인의 자유, 자연환경 등 9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기고 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있는 노력만큼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사회적 덕목(social virtues)이 경제적 번영을 창출한다고도 했다. 지금껏 우리사회에는 무도하고, 무례한 막말과 행동이 횡행하고 국회, 행정기관, 교육기관, 의료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금융기관, 기업을 가리지 않고 품위와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린 부끄러운 일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무너진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리도덕의 실천과 함께 법령준수라는 커다란 틀에서 구체적인 해법을 찾아 습관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히 세계 최고의 학력 수준에 걸맞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품격유지는 물론 정치, 행정, 공공기관 등 공직자의 선도적 발분노력과 확고한 의지, 기업과 사회 각계 리더십 부문에 속하는 지도자, 구성원들의 동행적 협력이라 하겠다.
2024년 11월 28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 박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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