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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칼럼] 추기급인(推己及人)과 윤리적 결함(缺陷)

등록일 2025-07-31 09:30:51 조회수 552

꽤 오랜 옛날 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한 마디로써 일생동안 지켜야 할 명언이 없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서(恕)라는 말이다. 서는 네가 원치 않는 일은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황금률(黃金律, Golden Rule )이라고 부른다. 황금처럼 소중한 행동 규율이다(子貢問曰 有一言而 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 論語 衛靈公篇).    

 

서(恕)는 문자 그대로 같을 여(如), 마음 심(心)의 合字다. 남의 마음과 같아지는 것이다. 내 마음 같이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용서할 서요, 헤아릴 서요, 동정할 서다. 내가 힘든데 저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이처럼 남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다름아닌 서(恕)다. 그래서 공자는 사람다움의 실천은 곧 참되고 어진 것(忠)과 너그럽고 남을 헤아리는 것(恕)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충(忠)은 ‘나의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盡己)’ 자기자신에 대한 실천(對自道德)이고, 서(恕)는 ‘내 마음을 돌아보고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推己)’ 타인에 대한 실천(對他道德)이다. 자기를 미루어 남에게 미치는 것이다(推己及人).

 

과유불급 過猶不及이라 했던가. 그럼에도 정도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과도한 욕심이나 지나친 행동을 경계하는 말이다. 과공(過恭)은 예의에 벗어나고, 운동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요즈음 무더운 날씨, 우리에게 씁쓸한 웃음거리를 안겨 준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어느 장관 후보자가 지니고 있던 ‘답변 요령’이 공개돼 화젯거리가 되었다. 후보자를 보좌하는 인사청문 준비단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장관 후보자에게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 답변을 하지 마라’,  ‘곤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고 시간을 가져라’, '동문서답 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보도다(SBS, JTBC 뉴스, 25.07.17) 

 

실상, 청문회의 장관 후보자나 후보자를 보좌하는 준비단 구성원은 모두가 우리 사회 리더들이다. 이들 리더들을 살펴 바라보는 눈은 많기만 한 데, 그럼에도 이들은 국민들의 도덕적 판단력이나 식견에 별로 게의치 않는 것은 아닌지. 불리한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고, 중요한 핵심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질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동문서답을 하라는 것이 ‘답변 요령’이라면, 이는 상식과 절차를 경시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청문회의 본질을 흐려 놓는다. 옛말에 리더는 귀감이 되어야 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들이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리더는 말과 행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며 올바른 방법으로 옳은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많은 청문회가 열리고 있지만 질의응답 운영방식과 내용, 태도 등에서 개선할 점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윤리경영과 조직윤리를 실천하는데 실패하는 리더들은 근시안적인 결함으로 윤리적 위선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위선적인 리더는 대체로 말 만하고 개인적으로는 실천하지 않는 리더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법규나 도덕 기준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시종 일관된 가치관을 갖고 있지 않으며, 때로는 자신의 행위는 모두 정당하다고 믿고,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거의 면역 상태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윤리적인 결함은 대부분 리더 자신들의 무능력함이라기보다도 도덕적 사고력(moral intelligernce)의 결함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도덕적인 사고력은 도덕적인 행동기준을 결정한다. 그 가운데서도 개인과 조직의 지속적인 성공에 필요 불가결한 요소로서 많은 윤리경영 전문가들은 정직성(integrity),  책임감, 동정심, 관용성 등을 들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조직, 집단을 성공적으로 이끌고자 한다면 리더에게는 도덕적인 사고력과 인내력이 필요한 것이다.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들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더욱 간과해서 안 될 것은 공사조직 가리지 않고 단년도 중심의 고과평가가 승진, 발탁의 중요기준이 되는 인사시스템 하에서는 청렴이나 성실성, 신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리더는 스스로의 성찰 뿐 아니라 학습과 훈련, 독서, 교육 등을 통해 도덕적 사고력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마땅히 실행해야 할 도덕적인 기본원칙을 소홀하게 다루거나 그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면  그 자리에서 빨리 물러나는 것이 옳다. 혹 스스로의 굳어진 사고와  자기중심적인 좁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뢰구축과 사회 발전에 해가 되는 부질없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2025년 7월 29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 박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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