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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우 칼럼] 위인구아(爲人救我) 3

등록일 2026-02-27 17:21:48 조회수 15

1. 고난의 시절

 

두 번에 걸친 큰 수재를 당한 뒤 필자가 경영하던 회사가 끝내 파산하고 말았다. 공장 부지에서 온천수가 나와 한때 재기의 꿈에 부풀기도 했으나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공장 부지가 경매로 제3자의 손에 넘어감으로써 거기서 온천수가 솟아 나온 3개나 되는 온천공(溫泉孔)의 임자도 경락받은 사람의 것으로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법원 판결). 뿐만 아니다. 그동안 온천공 굴착비용에 들어간 6억여 원을 받기 위해 오랫동안 같이 만나면서 채권 해결 방안을 상의하던 일반 채권자들도 법원 판결 이후 필자에 동정을 표하고 용기를 잃지 말라며 위로에다 격려까지 해주게 되었다.  

 

 

2.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KBEI)과의 인연

 

회사가 파산한 뒤 실의에 빠져 재기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2005년 초의 어느 날 막역한 사이인 친구 이승배가 필자를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그는 나를 만나자 자기가 2001년부터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는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을 맡아 달라고 제의를 해왔다.

 

그는 나에게 “당신은 사업도 오래 하였고 재계나 정부에 아는 사람도 많을 뿐만 아니라 경제 단체의 수장 경험도 있기 때문에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운영의 적임자”라며 그 자리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필자가 경기북부 상공회의소 회장과 경기도 정무부지사 등을 지낸 경력을 언급하며 요청하기에 며칠을 생각하다 응낙하고 말았다. 워낙 서로 믿고 지내는 친구 사이인데다가 너무나 간절한 당부여서 다른 소리를 할 여유조차 없었다. 이런 연유로 일단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KBEI)과의 인연이 시작되게 되었다.

 

 

3.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KBEI)의 새 출발

 

2005년 5월 필자는 사단법인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되었다. KBEI가 사단법인이긴 하지만 하는 일에 보람도 있어야 하고 조직이 굴러가려면 재정상의 안정도 기해야 한다. 한마디로 경영 합리화가 무엇보다 당연한 과제다.

 

구성원들과의 새 출발을 다짐하기 위해 사무실부터 옮겼다. ‘새 술은 새 부대에’의 실천인 셈이다. 마침 서울대 경영대학장을 지내셨던 김정년 박사가 일본 레이타쿠(麗澤) 대학의 객원교수를 마치고 귀국해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달려갔다. 김 박사에게 KBEI 운영을 위한 도움을 부탁드렸다. 

 

김 박사는 필자의 형님 친구이자 제 친구의 장형이기도 해서 쉽게 만날 수도 있었고 필자의 요청도 쾌히 응해주었다. 김 박사는 연구원의 전문성을 더욱 보강하기 위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의 윤리경영에 밝은 여러 석학들을 추천해 줌으로써 연구원의 앞 길을 향도(嚮導)할 자문교수단을 쉽게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뿐만 아니다. 당시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이었던 김성수 교수도 그 분을 잘 아는 필자의 친구(이영수 교수신문 사장) 소개로 만나 기업 등 조직의 윤리경영과 관련이 있는 많은 조언을 듣게 되었다.  이 분 역시 KBEI의 자문교수를 쾌히 수락해줌으로써 KBEI는 명실 공히 쟁쟁한 사계 전문 교수들로 짜여진 자문교수단과 함께 당당한 새 출발의 첫 걸음을 같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6년 7월 전경련에서 출판한 「기업의 윤리경영매뉴얼과 사례」와 같은 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출판한 「윤리규범 매뉴얼」을 공동 집필하였다. 또한 김정년 박사는 2008년 8월 「윤리경영이 글로벌 경쟁력이다」, 2011년 11월 「성숙한 사회를 열어가는 지혜」 의 윤리경영에 관한 전문서적을 출간하였다.

 

 

4. 국내 최초로 내부고발 시스템(케이휘슬) 서비스

 

KBEI는 기업의 윤리경영 관련 연구와 교육 및 저술 활동 등을 진행하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대·중소기업 함께하는 윤리경영’ 세미나 및 워크숍을 매년 실시하였다. 또한 필자는 2005년, 2006년, 2009년, 2011년~2014년까지 경영자총협회에서 매년 진행하는 투명경영대상 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조금이나마 윤리경영을 위한 기여를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외에 2007년 4월 국내 최초로 내부고발 시스템 서비스(케이휘슬)를 개시했다. 그리고 2007년 5월, 2008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해외(일본 麗澤대학) 연수를 실시했다. 이 뿐만 아니라 2007년 7월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움을 열었고 미국 벤틀리 대학과 윤리경영에 관한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

 

그 이듬해인 2008년 7월 우리 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개발 운영하고 있던 내부고발 시스템(케이휘슬)이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취득하게 되었다.(특허 제10-0846908호)

 

국내 최초로 특허를 받았다는 것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공공성에 대한 국가의 공인이기도 한 점을 깊이 새기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5. 사이버 보안 인증도 받아

 

기업 등 모든 조직의 대부분 일들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사이버 보안이 모든 일들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사이버 보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경쟁자들이 환히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4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방에서 일하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이거야말로 모든 조직이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전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제공하고 있는 각종 서비스는 누구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공인 작업을 서둘러 정부로부터 공인을 받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작업이 그렇잖아도 그동안 사이버 보안에 철저를 기해 온 KBEI의 정보 보안 시스템이 드디어 정부로부터 2024년 10월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SaaS 표준등급을 받은 사실이다(CSAP-2024-047호).

 

이어 그 이듬해 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혁신제품 지정도 받음으로써(인증번호 제2025-048호) 정부로부터 우리 연구원의 혁신성과 기술성에 대한 공인도 함께 받았다고 할 수 있다. 

 

 

6. 위인구아(爲人救我) 정신과 케이휘슬


필자가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KBEI)을 맡은 것은 2005년이다. 필자로서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뒤 맡은 새로운 조직이다.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아 이게 마지막 조직 운영이라 싶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성공시키고 싶었다. 연구원으로서 본연의 사명을 다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 이게 바로 위인구아의 정신이라 생각되었다.

 

위인구아는 수재로 회사가 물에 잠겨 뻘물 속에서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회사가 망해 망연자실 상태에서도, 연구원을 맡아 새로운 각오를 다듬고 있을 때도 살포시 내 마음으로 내려 앉아 어떤 때는 매질을 하고 어떤 때는 웃음으로 격려도 했다.

 

2007년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해외(일본 麗澤대학) 연수를 받을 시 일본의 윤리경영으로 유명한 기업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들의 회사 윤리경영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필자는 조직 내 부정비리가 있어도 조직원들이 외부보다 내부에 알리는 게 여러 가지로 이득이라 생각하고 이를 제도로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외부(수사·언론기관)에 알리면 당장 속은 시원할지 모르나 해당 기업은 법적· 재정적 손실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고 땅에 떨어진 평판 손실로 앞으로 회생에 큰 어려움을 면치 못하게 된다. 조직 내부에 알렸더라면 환부만 도려내고 조직 전체는 스스로 반성, 조기 수습하는 자정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 되어 버린다.

 

여기서 ‘위인구아’가 나를 불렀다. 기업이 부정비리로 어려움에 처할 때 이를 안 내부 구성원이 회사에 먼저 알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없을까? 회사로부터 보복이 두려워 망설이는 신고자를 도울 수 없을까? 우리 연구원이 철저한 보안 속에 이런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이런 게 바로 위인구아 정신인데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업의 부정비리를 가장 먼저, 그리고 잘 아는 사람은 내부인이다. 결과적으로 이 세상 모든 부정비리의 80% 이상이 내부인에 의해 알려진다고들 한다. 내부인의 부정비리 신고를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신고자도 살고 기업도 살고 나라도 융성하게 하는 길인데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게 바로 위인구아라 생각하고 KBEI가 2006년부터 당장 헬프라인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비록 사후에 일어난 일이지만 2019년 EU에서, 그 이후 일본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등 조직은 반드시 내부신고 체제를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신고창구는 회사 내에 둘 수도 있고 제3의 조직에 맡길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시작한 헬프라인 서비스가 신고자에 대한 보복의 우려를 덜어주고, 조직 내로 신고가 늘어나게 되어 기업 등 조직도 살고 나라에도 융성을 갖다 주며 스스로에게도 자존을 강화해주는 위인구아 정신의 구현이라 생각하고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싶다. 

   

  

2026년 2월 27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장 南在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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