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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우 칼럼] 위인구아(爲人救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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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1 11:01:5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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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위인구아(爲人救我)란 옛말이 있다. 남을 위하는 것이 자기를 구하는 길이란 뜻이다. 그러나 실천은 말 같이 쉽지가 않다. 살아가면서 남이 어려움에 빠져 힘들어 할 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뜻 나서 돕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늪에 빠진 사람 돕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함께 물에 빠져 죽기도 하고,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었다가 내 보따리 내 놓아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는 속담들도 있지 않은가.
오래전 얘기지만 1987년 민주화 열기에 영향을 받아 전국 산업 현장에 노사분규가 불같이 번져 나갔다. 갑작스런 노사분규로 수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노조원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심한 데는 사장을 드럼통에 가둬 넣고 공장 마당을 굴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후에도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수출부진 등으로 자금 부담이 늘어나 적자경영이 가속화되고 1990년도부터는 회사의 부도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1991년에는 도산업체가 1년에 6,000개가 넘었고 다음 해인 1992년에는 무려 1만 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문을 닫았으며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기업주가 330명에 달했다.
마음이 좋은 기업인은 도산의 예비 후보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도산이 주는 자기 아픔보다 남에게 주는 피해가 더 크게 느껴져 스스로를 극단적인 길로 몰아간 게 아닌가 싶다.
중소기업들은 가중되는 자금난 해결을 위해 어음, 수표의 발행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다 보니 곳곳에서 부도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였으나 정부나 당사자인 기업주들도 근본적인 대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권위주의 시절을 보내온 기업들은 갑자기 자유 과잉이 된 노사관리에 매우 미숙했고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좋은 경험의 축적이 없었기 때문에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책임공방만 무성했었다.
게다가 기업 가운데는 기술개발이나 시설투자 등은 등한시하고 부동산 투기 등 본업과 무관한 옆길을 드나든 데도 적지 않아 노사분규를 더 악화시키는 곳도 적지 않았다.
한편 우리 법제(부정수표단속법)는 수표의 부도를 내는 업주는 인신구속을 하게 되어 있어 문제 해결의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당사자(업주)를 현장에서 이탈하게 만들었다.
부도를 낸 기업주는 구속되거나 아니면 구속을 피해 해외나 국내 먼 곳으로 도피함으로써 막상 사업장에는 채권자가 회사에 상주하면서 회사 자금이나 상품 · 원재료 재고를 마음대로 챙기는 등 무법천지가 되어 기업의 재기를 더욱 어렵게 하기도 했다. 심지어 허위 채권자도 있어 그 행패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부정수표단속법으로 도망다니는 기업주는 회사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어 그가 없는 상황에서 회사의 재기는 어려워지고 채권자에 피해보상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심지어 어음을 발행한 기업주도 채권자가 무서워 피해 다녔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런 혼란을 조금이라도 덜고 선의의 기업주들 재기에 힘을 보태기 위해 필자는 1992년 7월에 한국팔기회(八起會)를 발족하였다. 팔기(八起)는 문자 그대로 7번 넘어져도 8번 일어난다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뜻이다. 아무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기업을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만든 단체다.
한국팔기회에서는 기업주로 하여금 가급적 현장에 남아 사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한국팔기회의 적극적인 건의로 정부는 드디어 1993년 9월 부정수표단속법에 의한 부도사범의 구속을 1개월 유예해주는 것으로 개정하게 되었다.
부도를 낸 기업주 가운데 극히 일부의 악의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도 기업은 나름대로 온갖 힘을 기울여 기업을 키우고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 애쓰다 힘에 부쳐 그런 불행을 맞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한 개의 기업이 부도로 쓰러지면 많은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부도회사의 종업원과 그 가족, 물품 납품업체, 하청업체의 사장과 그 가족, 종업원, 사업자금을 빌려 준 친척과 친지, 그리고 사채업자 등 약 200여 명이 곤란을 겪게 된다고 계산하면 1년에 1만 개의 업체가 도산된다고 볼 때 약 200만 명이 고통을 겪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크나큰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런 문제들을 순조롭게 풀고 사태 해결 방안의 제시와 경영자의 흐트러진 심리상태를 안정시키며 난국타개를 위한 재기의 꿈을 심어주기 위하여 1992년 7월 29일 본인의 주도로 한국팔기회를 발족시켰다.
그때 회원들이 채택한 결의문을 부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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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팔기회의 결의문
(1) 우리 한국팔기회 회원은 건전한 기업가 정신과 투철한 애국정신으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신념과 모든 일에 임한다.
1992년 7월 29일 |
한국팔기회가 기업의 부도 사태가 진정된 이후인 2005년 휴면 상태에 들어가기 앞서 주로 벌인 사업은 아래와 같다.
1) 부도의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체의 자문역할을 함으로서 부도를 미연에 방지시킨다.
2) 부도처리된 회사에 대하여는 그 사후 관리를 가장 합법적, 합리적, 성실하게 하도록 권유함으로서 그들이 재기함에 방해가 될 한 점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해준다.
3) 도산자로 낙인 찍혀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신상 상담을 해주어 직장 알선이나 그들이 갖고 있는 기술 know-how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참고로 한국팔기회 사무실 전화 (02)546-7878은 본인이 개인 명의로 지금도 사용하고 있고 가끔 기업인들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2025년 12월 31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장 南在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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